저깅,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1차 피해가 2·3차 피해로 이어져
집 앞에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손에 들고 있던 손가방을 낚아채 달아난다면 어떤 심정일까?
‘어디서부터’ 집까지 쫓아와 귀중품을 빼앗아 달아나는 ‘저깅’(jugging)이 휴스턴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언론매체들이 보도해 왔다.
저깅은 범행대상으로 정한 은행고객을 자동차로 뒤따라 다니다가 범행대상자가 자신의 가게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을 노려 손에 들고 있던 현금봉투나 손가방을 낚아채 달아나는 신종범죄다.
언론매체들은 돈 쓸 일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저깅이 특히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10일 기사에서 저깅 피해를 당한 여성(사진)을 소개했다.
그로서리 샤핑을 마치고 오후 1시경 은행을 들러 1,000달러의 현금을 인출한 후 곧장 집까지 운전해 온 여성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손가방을 빼앗겼다.
피해여성은 “안돼! 제발…”을 연발하며 현금이 든 손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괴한의 완련에 끌려가다 잔디밭에 나뒹굴며 손가방을 놓친 여성은 소리를 지르며 이웃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벌써 차를 타고 달아난 괴한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복이 두려워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피해여성은 휴스턴크로니클에 “괴한이 따라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며 자신을 따라오는 내내 기회를 엿보다 자신이 가장 방심한 틈을 노리고 손가방을 낚아 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휴스턴 한인도 저깅피해를 당했다.
휴스턴코리아타운 내 체이스은행을 방문해 현금을 인출한 A씨는 보험에이전트에게 문의할 일이 있어 약 10분 정도 사무실에 머물다 나왔는데 그사이 괴한이 자동차유리를 깨고 차안에 있던 현금봉투를 들고 달아났다.
저깅사건에 경각심을 갖고 있던 A씨는 은행을 나와 에이전시 사무실까지 오는 동안 주위를 살폈지만, 미심쩍은 차량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저깅사건 당시 뒷자석에 놓아두었던 가방에는 수표 등 다른 귀중품들이 들어있었지만, 저깅도둑은 가방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은행에서 들고 나온 현금봉투만 가져갔다고 말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저깅’을 휴스턴에서 발생하는 신종범죄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휴스턴크로니클은 2018년까지도 휴스턴경찰국(HPD)이 ‘저깅’을 별도의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당시까지도 저깅은 절도, 특수절도, 혹은 강도사건으로 분류돼 있어 휴스턴에서 몇건의 저깅사건이 발생했는지 통계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KTRK-TV는 21일 방송에서 지난 2021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HPD가 수사 중인 저깅사건 통계를 소개했다.

KTRK-TV가 월별로 비교한 2021년과 2020년의 저깅사건은 다음과 같다.
2021년 5월: 56건 | 2022년 5월: 59건
2021년 6월: 72건 | 2022년 6월: 89건
2021년 7월: 63건 | 2022년 7월: 76건
2021년 8월: 58건 | 2022년 8월: 108건
2021년 9월: 63건 | 2022년 9월: 93건
2021년 10월: 66건 | 2022년 10월: 83건
경찰에 신고가 되지 않은 저깅사건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휴스턴에서 발생하는 저깅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로이 피너 휴스턴경찰국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연시를 맞아 저깅사건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피너 국장은 저깅은 은행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은행을 출입할 때 현금이 들었을 것으로 의심받는 봉투나 가방은 가급적 소지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피너 국장은 불가피하게 가방을 소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뒤에 누가 따라오지 않는지 주위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깅강도들은 은행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거나 시선을 끌지 않는 으슥한 곳에 있다가 조용히 따라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깅강도가 미행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저깅강도는 은행 근처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 있다가 범행할 대상자가 정해지면 조용히 내려와 뒤쫓는 경우도 있었다.
피너 국장은 특히 현금자동인출기(ATM)을 사용할 때 주변을 꼭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M에 접근할 때 누군가 뒤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갑자기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없는지 살핀 후 ATM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안은 현금 많아···’
한때 아시안은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닌다는 잘못된 소문에 차이나타운과 코리아타운을 이용하는 아시안들이 저깅의 주요 표적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차이나타운에서는 종종 저깅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을 이용하는 한인들이 저깅사건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여러차례 피해를 당하면, 도난당한 손가방에 있던 신분증과 각종 신용카드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다시 카드를 중지시키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괴롭지만, 코리아타운에서 한번 단맛을 본 저깅강도는 제2, 제3의 한인을 노릴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경각심을 갖고 조심한다면 2차, 3차 피해를 막아 또 다른 한인들을 저깅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돈 쓸 일이 많은 연말연시 코리아타운을 노리는 저깅강도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휴스턴 한인들이 서로를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겠다.
양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