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시, 보일워터경보에
시민들은 우왕좌왕 대혼란
휴스턴에 내려졌던 ‘수돗물 끓여 사용’(boil water notice)하기 경보가 해제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텍사스환경품질위원회(TCEQ)가 29(화) 새벽 6시50분경 휴스턴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공식확인하면서 휴스턴시는 보일워터경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휴스턴시가 지난달 27일(일) 밤늦게 보일워터경보를 발령하면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학부모들은 초·중·고등학교가 휴교를 결정하자 출근을 앞둔 부랴부랴 자녀들 맡길 곳을 알아보느라 애를 먹었다. 식당들은 손님에게 제공할 병물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아이스머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영업을 중단했다. 수술을 앞둔 일부 환자들은 병원이 수술을 중단하면서 수술날짜를 연기하기도 했다.
양치할 때도 씻을 때도 수돗물을 끓여서 사용해야 하는 보일워터경보에 갑자기 병물이 필요한 시민들이 그로서리스토어 등으로 몰려들면서 휴스턴 비즈니스들에서는 이날 혼잡상황이 발생했다.
8시간 걸린 보일워터경보
휴스턴의 보일워터경보는 지난달 27일(일) 오전 11시경 휴스턴시가 운영하는 3곳 중 1곳의 정수처리장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상수도관의 수압을 낮아지면서 내려졌다.
상수도관의 수압을 점검하는 21곳 측정소에서 수압이 35psi 이하로 떨어졌고, 이중 16곳의 측정소에서는 수압이 텍사스주정부 기준치인 20psi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수압이 떨어진 16곳 중 14곳은 2분만에 기준치를 회복했지만 나머지 2곳은 30분이 지나서야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이번주 발생한 보일워터 문제는 상수도관의 수압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시가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까지 8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시는 27일(일) 오전 10시30분에 발생한 전력공급 중단으로 상수도관의 수압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지만, 보일워터경보는 이날 저녁 7시경에야 발령됐다.
시는 27일(일) 오후 6시44분 이메일을 통해 각 언론사에 보일워터경보가 발령됐다는 사실을 처음 공지했다. 이후 시는 저녁 7시27분이 돼서야 트위터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밤 10시30분에야 시경보시스템(AlertHouston)에 가입돼 있는 시민들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미국의 4대 도시에 살고 있는 220만명 시민들 대부분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샤워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어 보일워터경보가 발령됐다는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28일(월) 아침에 눈을 떠서야 학부모들은 보일워터경보가 내려진 사실을 알게됐다.
휴스턴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들과 커뮤니티칼리지 등 교육기관들은 시가 발령한 보일워터경보 때문에 월요일 휴교한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휴스턴, 스프링브랜치, 알다인, 파사데나 교육구는 28일(월) 휴교령을 발동했다.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가 29(화) 새벽 6시50분경 휴스턴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공식확인하면서 시가 보일워터경보를 해제했지만 휴스턴교육구(HISD)는 29일(화)까지 휴교를 하루 더 연장했다.
시장 “과잉대응이 더 낫다”
시가 상수도관 수압이 떨어져 수돗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더 일찍 알리지 않은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수돗물을 끓여서 사용해야 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수도관의 수압이 낮아지면 오염된 수돗물이 역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러나 시는 실제로 역류가 발생했는지, 그래서 수돗물이 오염됐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일워터경보를 발령한 이유에 대해 텍사스주정부의 규정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텍사스주정부는 연방법에 근거해 수돗물 수압이 한순간이라도 20 psi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경보를 발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는 27일(일) 저녁 10시18분에 수돗물 샘플을 TCEQ에 보냈다. 시는 자체적으로도 28일(월) 오전 6시와 9시30분 수돗물 오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 보냈지만,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8시간 걸린다.
이 사이 시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수시간동안 보일워터경보를 발령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시장은 28일(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수돗물 끓여서 사용해야 한다는 보일워터경보를 발령할 필요가 있는지를 놓고 몇시간에 걸쳐 TCEQ 관계자들과 논의했지만, 자신은 소극적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경보발령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터너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수돗물을 끓여서 사용하라는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도 됐다”며 경보발령이 다소 성급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휴스턴시의 이번 보일워터 사태는 허리케인과 같은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시민들에게 대응책을 제시했던 시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