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청소년들이 꼭 봤으면···”
휴스턴평통, 영화 ‘초선’ 상영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Chosen) 상영회가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휴스턴협의회(회장 박요한·이하 평통)가 18일(일) 서울가든에서 가진 ‘초선’ 영화상영회에는 휴스턴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의 안명수 총영사를 비롯한 다수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변호사가 직업인 전후석(38)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은 지난 2020년 열린 연방하원의원선거에 출마한 한인 정치인 5명의 선거운동과정을 기록했다.
쿠바 한인들의 이민사를 다룬 다큐영화 ‘헤로니모’(2019)를 만들었던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언론보도에 ‘트럼프 대통령 옆에 한인 정치인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그 일이 일어난 방)을 읽으면서 다큐영화 ‘초선’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초선’은 1992년 4월29일 LA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시작된다.
4·29사태로도 불리는 LA폭동은 LA에서 발생한 12번째 폭동이었다. L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장 폭동으로 53명이 사망하고 4천명이 부상을 당하는 인명피해와 함께 7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LA폭동은 한인사회에도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약 2,300개의 한인업소들이 약탈당했거나 전소되면서 재산피해가 4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한인들 대부분은 지방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당시 흑인들이 대거 코리아타운으로 몰려가 약탈과 방화를 일삼으면서 LA 한인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동안 경찰은 베벌리 힐스와 할리우드등 부촌과 백인들이 사는 지역들만 지키면서 공분을 샀다.
LA폭동에서 한인사회가 더 크게 공분한 것은 언론보도였다. 폭동이 시작되자 언론들은 1년 전인 1991년 3월16일 흑인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두순자 사건’을 집중보도하면서 한흑갈등을 증폭시켰다. 일부 언론은 흑인 소녀가 두순자에게 총을 맞는 장면을 여러 차례 방영하면서 한인을 LA폭동의 희생자가 아닌 원인제공자로 묘사하면서 한인들은 막대한 재산상 피해 못지않게 정신적 상처도 입었다.
LA폭동이라는 충격적 상황을 거치면서 재미한인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정치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전 감독도 “LA폭동 당시에는 선출된 한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하고 “그런 상황에서 소수에 해당하는 민족이 직면하게 된 현실을 부각하고 싶었다”며 다큐영화 ‘초선’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전 감독은 ‘초선’은 1800년대 조선(Chosen)이 서양에 소개되던 당시의 이름과 ‘선택한다’는 뜻의 영어 ‘choose’의 과거형 ‘chosen’이며,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한인 정치가들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882년 조선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면서 조선의 국명을 “Chosen”으로 표기했다.
영화에는 2020년 11월3일 실시된 연방하원의원선거에 캘리포니아에서 출마한 김데이빗(David Kim·민주당), 김영(Young Kim·공화당), 박미셸(Michelle Park Steel·공화당)과 워싱턴에서 출마한 메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kland·워싱턴·민주당), 그리고 뉴저지에서 출마한 김앤디(Andy Kim·민주당) 등 5명의 한인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특히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목사인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동성애자 김데이빗 후보에 분량을 더 할애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김데이빗 후보는 세대갈등,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그의 교제상대와 연관된 인종 문제까지, 각종 갈등의 선봉에 서있었다”며 “한인들 간의 정치성향 차이는 대부분의 이민사회가 직면한 1·2세대 간 갈등이기도 한 동시에,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인사회의 보수기독교적 성향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영화 초선에서 재선에 나선 김앤디 후보를 포함해 초선의원에 도전하는 4명 후보자들의 선거캠페인 전 과정을 밀착취재하면서 미국에서 소수인종,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든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선거결과 4명이 당선됐고, 김데이빗은 6%p 표차로 낙선했다. 김데이빗은 2022년에 또 다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같은 후보와 겨뤘지만, 2.4%p차로 또다시 석패했다.
휴스턴에서 다큐영화 초선이 상영되는 데는 강문선 휴스턴한인상공회장의 추천이 있었다.
강 회장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초선을 알게 됐고, 전 감독과도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박요한 휴스턴평통회장과 상의해 다큐영화 초선의 휴스턴 상영을 추진했다.
전우석 감독은 이날 자신의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지난해 ‘당신의 수식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전 감독은 ‘당신의 수식어’라는 책에서 재미한인, 30대 청년, 변호사, 그리고 다큐영화 감독 등 자신을 지칭하는 여러 개의 수식어들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전 감독은 “우리가 민족·인종·언어·지리적 경계 등을 초월하여 다양성과 혼합성을 받아들일 때 확장된 자아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우 정우성은 “저자는 경계의 벽을 깨고 더 큰 세상의 한가운데에 설 수 있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독자들에게 이 책이 ‘더 큰 정체성’을 찾는 여정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며 전 감독의 책을 추천했다.
양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