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 이번엔 무사히 넘겼지만
여전히 떨고 있는 텍사스 주민들

텍사스 전력망을 관리하는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22일(목) 텍사스 전력사용량이 70,000메가와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휴스턴의 기온이 화씨(°F) 18도(-7.8°C)로 떨어지던 23일(금) 새벽 텍사스의 전력사용량은 ERCOT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75,000메가와트를 기록했다고 휴스턴크로니클은 26일 전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강풍이 불던 22일(목) 텍사스 발전소의 발전량은 93,000메가와트로 시간당 메가와트(megawatt-hour) 도매가가 50달러 아래였지만, 강풍이 잦아든 23일(금) 오전에는 유휴 전력량이 74,000메가와트로 떨어지면서 시간당 메가와트 도매가가 3,700달러로 치솟았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발전비용은 텍사스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텍사스에 영하의 기온이 도래한다는 일기예보에 텍사스 주민들은 2021년 2월의 악몽을 떠올렸다.
겨울폭풍 우리(Uri)가 텍사스를 강타하면서 2월11일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거의 일주일 동안 영하의 기온이 계속됐지만, 전력을 생산해야 할 발전소가 얼어붙어 가동을 못하고, 발전소 천연가스를 공급해야 할 유전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텍사스 지역 약 90%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거의 일주일가량 정전이 발생하자 수백명이 동사했고, 얼어붙은 수도관이 동파되면서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텍사스에서 대규모로 정전이 발생한지 1년도 채 안 돼 또 다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온다는 소식에 텍사스 전체가 긴장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텍사스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지난해 2월의 대정전 사태는 재현되지 않았다.
그래도 텍사스 주민들은 여전히 지난해 2월의 대정전 사태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겨울마다 폭풍한설에 시달리던 뉴욕에서 11년전 은퇴 후 휴스턴으로 이주했다는 노만 그린(Norman Green)은 휴스턴크로니클에 보낸 독자의견에서 세계에너지수도 휴스턴이 있는 텍사스에서 지난해 2월과 같은 대정전 사태가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추위가 올 때마다 대정전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석유·개스 기업들과 유착한 공화당 정치인들 때문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텍사스 전력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NRG가 화석연료발전소의 최대 고객이라며, NRG는 태양 및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NRG가 텍사스 전력망을 관리하는 ERCOT를 감독하는 텍사스 주정부 기관인 PUC(Public Utility Commission)에 보낸 공문에서 태양력발전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인해 자사의 이익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텍사스주상원에서 에너지특위 위원장을 맡고 공화당 소속의 찰스 슈베르트너(Charles Schwertner) 의원은 대정전 재발을 위해 천연가스발전소 추가로 건설하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베르트너 의원의 요구는 단 몇분이라도 전력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신축한 천연가스발전소를 가동해 부족한 전력을 메우자는 것이다.
휴스턴크로니클은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발전소를 30시간 동안 가동하기 위해 얼마의 혈세가 천연가스발전소건설에 투입돼야 하냐고 반문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더욱이 비상시에만 가동하고 평시에는 가동을 중단하는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왜 혈세를 투입해야하냐고 비판하며, 차라리 태양이나 풍력발전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전력망이 올해 크리스마스시즌에 찾아온 영하의 날씨는 무사히 넘겼지만, 지난해 2월과 같은 강추위가 텍사스를 강타한다면 텍사스는 또 다시 대정전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겨울폭풍 우리 당시 텍사스 최대전력사용량은 69,871메가와트였다. 하지만 당시 대정전이 발생하면서 겨울폭풍 우리와 같은 기상상황에서 텍사스의 최대 전력사용량은 얼마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시즌에도 ERCOT는 물론 PUC도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정전에 대한 텍사스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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