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주지사, 살인자 사면 트윗에
비판 언론매체들 ‘대선에 눈 멀었나’
‘살인’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을 ‘사면’하겠다는 그랙 애보트 텍사스주지사에게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4월7일(금) 텍사스 주도 어스틴이 속해 있는 트라비스카운티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17시간의 숙고 끝에 만장일치로 백인 남성 다니엘 페리(Daniel Perry·33세)가 흑인 여성을 약혼자로 둔 백인 남성 가렛 포스터(Garrett Foster·28세)를 총격살해했다고 평결했다.
페리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는 언론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진 다음날인 4월8일 애보트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계정에 페리의 사면을 언급했다.
애보트 주지사의 사면 트윗에 배심원단이 유죄를 평결했지만, 판사가 형량선고가 남은 상태에서 주지사가 사면을 운운하는 것은 정치가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배심원단 “정당방위 아니다”
페리는 2020년 7월25일 어스틴에서 열렸던 ‘흑인생명도소중’(Black Lives Matter·BLM) 시위에 참가했던 포스터에게 총을 쐈다. 공군을 제대한 포스터는 신체장애로 이동시 휠체어에 의존하는 흑인 약혼자와 함께 이날 BLM 시위에 참가했다가 페리가 쏜 총을 맞고 사망했다.
페리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포스터가 총기로 자신을 위협해 자신의 의뢰인이 자기방어를 위해 포스터에게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 부사관으로 현역 군인 신분인 페리는 과욋돈을 벌기 위해 우버기사로 일했다. 사건당일 킬린에서 손님을 태우고 어스틴에 온 페리는 손님을 내려 준 뒤 어스틴 다운타운에서 벌이고 있던 BLM 항의시위대 쪽으로 차를 몰았다.
페리는 경찰조사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눈을 들어 보니 자신의 차를 시위대가 둘러싸더니 차를 손을 치고 발로 차면서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AK-47 소총을 든 포스터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차창을 열고 포스터를 향해 다섯발의 총알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페리가 쏜 총에 가슴을 맞은 포스터는 사망했고 페리를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검찰 “고의로 시위대에 접근”
재판에서 증인들은 페리가 시위대 쪽으로 차를 몰고 와 경적을 울렸다고 말했다.
페리를 기소한 검찰은 페리가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았다고 밝혔다.
페리가 시위대 쪽으로 차를 몰자 포스터는 휠체어에 앉은 자신의 약혼자를 보호하기 위해 휠체어를 밀쳐냈다.
사건 당시 상황을 보도한 어스틴 지역일간지 어스틴스테이트먼은 포스터는 소총을 휴대하고는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해놨고, 총탄에 실탄도 없었으며, 페리에게 다가갈 때 총구는 아래쪽으로 향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검사는 페리가 포스터에게 총을 쏜 후 달아나자 시위대에 있던 누군가 도주하는 페리의 차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2주 동안 40명의 증인이 출석해 증언한 재판에서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15시간의 심사숙고한 끝에 페리가 포스터를 살해했다고 평결했다.
애보트, 페리 정당방위 주장
배심원단이 페리에게 유죄를 평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에보트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텍사스에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자기를 방어하는 총기법이 있다며 진보성향의 검찰에 의해 혹은 배심원단에 의해 무효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애보트 주지사가 언급한 ‘Stand Your Ground’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도망칠 필요 없이 총기로 대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방의 공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협에 물러설 필요 없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애보트 주지사는 텍사스주지사는 대통령이나 타주의 주지들과 달리 사면을 결정할 권리가 없지만, 사면위원회를 소집할 수는 있다며 사면위원회는 주지사에게 사면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보트 주지사는 사면위원회가 페리의 사면을 요청해 오면 즉시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페리의 변호인은 13일(목) 애보트 주지사가 트윗을 올린 후 사면위원회에 공문을 보냈다는 언론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면위원회는 즉시 요청서를 검도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트리뷴은 13일(목) 애보트 주지사가 재임하는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사면요구가 책상 위에 올라 왔지만 거의 대부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애보트 주지사는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모두 살인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며 사면을 요구하는 사형수들의 사면을 거부해 왔다며, 애보트 주지사가 사면권을 행사한 것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극우지지 얻으려고?
애보트 주지사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항소할 수 있다는 사법체계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텍사스트리뷴은 애보트 주지사가 복잡한 형사재판에 제출된 증거를 충분히 살펴보고 정당방위와 총기법을 들먹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트리뷴은 오는 2024년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애보트 주지사가 “극우”(far right)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주대법원 판사와 텍사스검찰총장을 역임한 애보트 주지사가 배심원단, 판사, 그리고 항소라는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논란이 많은 사건에 자신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면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애보트 주지사는 물론 그 어떤 텍사스 주지사도 사면위원회에 자신의 사면하기 원하는 피고인을 사면시키기 위해 사면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주지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면전문변호사 그레이 코헨(Gary Cohen) 주지사가 위원회에 페리 사면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코헨 변호사는 사면변호사로 일하는 지난 35년 동안 위원들을 자신의 똘마니 혹은 꼭두각시로 여기는 주지사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양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