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카르텔’이 만든 ‘노쇼 변호사’
변호사는 돈 주고, 판사는 사건 배당
한국에서 ‘노쇼 변호사’가 논란이 됐다. ‘노쇼’는 영어 ‘No Show’의 줄임말로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논란이 됐던 ‘노쇼 변호사’는 ‘조국 흑서’ 저자로, 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권경애 변호사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맡았지만 재판에 계속 불출석해 패소해 ‘정직 1년’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휴스턴에서도 ‘노쇼 변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휴스턴크로니클이 3일 보도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휴스턴의 ‘노쇼 변호사’는 소위 국선변호사로 한차례도 아니고 여러차례 재판에 불출석하자 곤경에 처한 여러 의뢰인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국선변호사로 법정에 출석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국선변호인은 경제 사정 등을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이 법원에 신청하거나 재판장이 판단하기에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직권으로 선임하는 변호인을 말한다. 텍사스에서도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있는데 휴스턴이 속해 있는 해리스카운티에서는 카운티법원 판사들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한다.
휴스턴 ‘노쇼 변호사’의 의뢰인들 중에는 살인혐의로 기소된 의뢰인도 있었는데, 국선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자칫 사형선고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다른 인권 변호사의 도움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되기도 했다.
휴스턴의 ‘노쇼 변호사’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선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던 데는 ‘사법 카르텔’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휴스턴크로니클이 보도한 ‘노쇼 변호사’는 제롬 고디니치(Jerome Godinich·사진)다. 고디니치 변호사는 ‘돈’이 없어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는 중죄를 범한 피고인들을 위해 해리스카운티법원이 정한 국선선변호인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2005년 연방법원 판사는 사형수를 변호하는 고디니치 변호사가 재판기일에 나타나지 않자 “(국선변호사로서의) 성실의무를 저버렸다”고 직격했다. 같은 해 또 다른 사형수를 재판하는 다른 법정에서 고디니치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자 연방판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지만”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해 또 다른 재판에서 고디니치 변호사가 불출석하자 연방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이 인터뷰한 많은 고디니치 변호사의 의뢰인들 중에는 변호사 얼굴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수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는 의뢰인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어느 한 의뢰인은 항소심에서 자신에게 국선변호사가 배당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판사에게 재판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또 다른 의뢰인들은 고디니치 변호사의 능력을 의심하며 ‘제발 국선변호사를 교체해 달라’며 하소연했고, 어느 의뢰인들은 자신이 스스로 변론하기를 선택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수많은 민원이 제기됐지만 고디니치 변호사는 해리스카운티 주민들이 낸 ‘혈세’로 수임료를 받고 있는 국선변호사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전했다.
고디니치 변호사가 지난 2022년 국선변호로 받아간 ‘혈세’는 586,000달러에 이른다. 고디니치 변호사가 맡고 있는 국선변호는 4건의 살인을 비롯해 296건의 중죄, 그리고 1건의 항소가 있다.
카운티의 국선변호사들을 관리·감독하는 텍사스국선변호위원회(TIDC)의 내규에 따르면 고디니치 변호사가 맡고 있는 사건의 양이 TIDC가 권고하고 있는 국선변호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사건 양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스턴크로니클은 2009년부터 재판 불출석 등 고디니치 변호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밝힌 대로 고디니치 변호사는 지난해 586,000달러의 혈세를 받아갔다.
휴스턴크로니클은 고디니치 변호사가 여전히 국선변호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이유는 ‘판사의 권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에서 국선변호인은 카운티법원의 판사가 지정한다. 고디니치 변호사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이 고디니치 변호사를 계속해서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휴스턴크로니클은 고디니치 변호사가 선출직인 카운티법원 판사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다. 국선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아 당선된 판사들은 자신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한 국선변호사들에게 국선사건을 배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다시말해 휴스턴에서 ‘사법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스턴크로니클은 해리스카운티에는 고디니치 변호사 외에도 1백만달러에 달하는 ‘혈세’를 받는 국선변호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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