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흑인, 지금은 이민자
주경·국경 싸움은 대선행보
텍사스주정부와 미연방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자칫 텍사스와 연방 간의 ‘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자 텍사스는 ‘주경’(州境)을 지키겠다며 철조망을 설치하고, 텍사스주방위군(Texas National Guard)까지 파견했다.
연방정부는 이민자 처리는 연방정부 소속인 국토안보부 소관이고, ‘국경’(國境) 수호는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다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여성과 어린자녀 2명을 구하려고 국토안보부 소속의 국경순찰대(U.S. Border Patrol)가 텍사스주정부가 설치한 철조망 일부를 끊으려하자 텍사스주방위군이 제지하면서 연방정부와 텍사스주정부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
연방대법원이 5대4의 의견으로 텍사스주정부는 철조망을 제거하는 연방정부를 막지 말하고 명령했지만,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텍사스주방위군에 국경순찰대의 철조망 접근을 막으라고 명령하면서 자칫 ‘전쟁’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방위군 동원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9일(월)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불복한 그랙 애벗에 대해 역사가 말해주는 것”(What history tells us about Greg Abbott’s defiance of the Supreme Court)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과거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불복했던 아칸소주지사와 앨러배마주지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흑백갈등이 고조되던 1957년 연방대법원은 공립학교가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교육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당시 아칸소주지사였던 오르발 파우뷔스(Orval Faubus)는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불복해 전교생이 백인인 고등학교에서 등록하려던 9명의 흑인 학생들의 학교출입을 막기 위해 아칸소주방위군을 동원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드와잇 아이젠하워는 파우뷔스 아칸소주지사에게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아칸소주방위군 철수시키라고 요구했지만, 파우뷔스 주지사는 거부했다.
이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101공수사단(101st Airborne Division)을 투입해 등교하는 흑인학생들을 경호했고, 파위뷔스 주지사의 아칸소주방위군 통제권을 박탈했다.
1963년에는 앨라배마에서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또 다시 충돌했다. 당시 충돌도 백인 학교에 등록하려던 흑인 학생들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앨라배마주지사 조지 월리스(George Wallace)는 앨라배마대학에 등록하려던 2명의 흑인 학생을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앨라배마주방위군을 동원했다.
그러자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앨라배마주방위군을 연방군대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윌리스 앨라배마주지사의 주방위군 통제권을 무력화시켰다.
당시 미군 통수권자인 케네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앨라배마주방위군 사령관은 윌리스 앨라배마주지사에게 “괴로운 임무”지만 자신은 법에 따라 앨라배마주지사가 아닌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윌리스 앨라배마주지사를 밀쳐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를 비롯해 약 20여개 주(州)가 ‘주방위군’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운용하고 있다. 텍사스주방위군의 규모는 약 2만명으로, 주요 임무는 허리케인 등 재난 발생 시 구호, 소요 등 비상사태 대비, 주 법집행 기관에 대한 보안지원 및 주경수경비 등을 담당하고 있다.
평상시는 주지사가 주방위군에 명령을 내리지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비상시에는 주방위군의 지휘권이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텍사스주방위권과 연방정부 소속인 국경순찰대가 충돌하면서 또 다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때는 흑인, 지금은 이민자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군대까지 동원하며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이유는 과거 ‘흑인’이었고, 현재는 ‘이민자’다.
과거에는 백인 위주의 보수성향 주정부가 ‘흑인’의 인권을 존중해 줄 수 없다며 연방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면, 현재는 백인 위주의 보수성향 주정부가 ‘이민자’의 유입을 막겠다며 연방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다.
과거와 같이 현재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이 더 악화되면 텍사스주방위군을 자신의 지휘통제 아래 둘 수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경·국경 싸움은 대선행보
국경수호는 연방정부 책임이라고 말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불복해 국경순찰대를 막는 이유도 결국은 대선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급적 이민자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 싶고, 애벗 주지사는 이민자 이슈를 부각시켜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후 차기 대선에 나서려는 과정에서 국경, 주경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아비규환을 벗어나 단지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난민신청을 하려는 이민자들까지 쫓겨나거나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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