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벗 주지사, ‘살인자’ 사면해 논란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살인자’를 사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2020년 7월25일 어스틴에서 열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집회에 참석했던 백인 가렛 포스터(Garrett Foster·28세)를 총격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2023년 재판에서 28년형을 선고받은 다니엘 페리(Daniel Perry·30세)를 사면했다.
애벗 주지사는 페리가 포스터에게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면서 텍사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이 가장 강력한 주(州)들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성독트린’(Castle Doctrine)을 길거리로까지 확대 적용한 이 법이다. 성독트린은 형법 원칙 중 하나로 주거지를 일종의 ‘성’으로 보고 ‘성’에 침입한 자를 물리치기 위해선 치명적 무기의 사용도 허락한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성을 길거리로까지 확대해 글자 그대로 ‘당신이 서 있는 땅에서 물러서지 말라’는 취지다. 때문에 ‘퇴각할 의무 없는’(no duty to retreat law) 법으로도 불린다. 따라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장소를 불문하고 치명적 무기의 사용까지 허락한다.
2020년 5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이후 분노한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키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와중에 텍사스 주도 어스틴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포스터는 시위에 총을 들고 참가했고, 우버 운전기사로 일하던 페리는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페리가 적색신호등을 무시하고 시위대로 차를 몰자 AK-47 소총을 들고 있던 포스터가 항의했다. 이때 페리가 포스터를 향해 총을 발사했고, 페리가 쏜 총을 맞은 포스터는 사망했다.
텍사스에서는 포스터와 같이 공공장소에서 AK-47 소총을 휴대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텍사스에서는 페리와 같이 총을 차에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어스틴이 속해 있는 트라비스카운티검찰청은 페리를 살인혐의로 기소했고, 2023년 열린 재판에서 페리는 살인혐의가 인정돼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페리의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애벗 주지사는 페리가 유죄를 선고받으면 사면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공언대로 페리에 대한 ‘완전’ 사면을 결정했다. 완전 사면이란 페리가 다시 총을 소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에서 페리는 포스터가 총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껴 총을 쐈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포스터가 총을 들고 있었지만 페리를 향해 총을 겨누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폈다.
특히 검찰은 페리가 소셜미디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등 인종차별적, 극우적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을 들어 페리가 포스터를 쏜 동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페리가 포스터에게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판사는 25년형을 선고했다.
텍사스주대법원 판사출신인 애벗 주지사가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된 살인자를 살해하자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나오고, 다음 대선에서 극우 백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페리를 사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애벗 주지사의 사면은 흑인 등 소수인종을 향해서는 총을 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극우 백인들 사이에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고 있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면서 소수인종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애벗 주지사의 살인자 사면은 또 다른 살인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hare this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