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먼슬리, 휴스턴 대정전에
“정치인들이 휴스턴을 버렸다”

텍사스 정치인들이 휴스턴을 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텍사스먼슬리(TexasMonthly)는 19일(금) “텍사스 최고 지도자들은 왜 휴스턴을 버렸는가?”(Why Have Our State’s Top Leaders Abandoned Housto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휴스턴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정전이 발생한 이유는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댄 패트릭 텍사스부주지사 등 텍사스의 고위직 정치인들이 텍사스 1대 도시 휴스턴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8일간의 일정으로 아시아 국가 순방을 떠났는데, 순방 3일되던 8일(월) 허리케인 베럴(Beryl)이 휴스턴을 강타했다. 텍사스에서는 애벗 주지사가 순방을 중단하고 텍사스로 돌아와 휴스턴 재난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애벗 주지사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텍사스먼슬리는 허리케인이 텍사스를 강타할 때 텍사스 주경을 벗어난 주지사는 없었다며 애벗 주지사의 부재는 “전례 없는”(unprecedented) 일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 순방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텍사스로 돌아온 애벗 주지사는 자신이 “텍사스에 있는 다고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Had I been here the entire time, there would be nothing that would be different)이라고 말하고, 순방을 중단하고 돌아오라는 텍사스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시아 국가들이 허리케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배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텍사스먼슬리는 애벗 주지사가 텍사스에 없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휴스턴 지역 언론사(휴스턴크로니클)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텍사스주지사를 수소문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애벗 주지사를 비롯해 이전 텍사스주지사들은 허리케인이 텍사스에 상륙하기 전에 대통령에게 재난지역선포를 요청했다. 대통령만 재난지역을 선포할 수 있고, 대통령이 재산지역으로 선포해야 연방재난지원청(FEMA)가 움직이고, 연방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주지사가 공식적으로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재난지역을 선포할 수 없다.
허리케인 베럴이 휴스턴을 강타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정전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재난지역선포는 8일(월)도 아닌 하루늦은 9일(화)에야 이루어졌다.


아시아 국가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애벗 주지사는 14일(일) 열린 기자회견에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해 센터포인트에너지(CenterPoint Energy)에 7월말까지 정전예방대책을 마련해 오라고 요구했다.
센터포인트 전력회사로 송전탑과 전봇대 등 송전, 배전, 변전망을 통해 휴스턴 지역에 전력을 독점적으로 전달하는 사기업이다.
애벗 주시사는 센터포인트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센터포인트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휴스턴 지역 전력망 일부를 다른 전력회사에 넘길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텍사스먼슬리는 애벗 주지사가 센터포인트에 휴스턴 대정전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190억달러의 사기업이 휴스턴 전력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된 것은 주정부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센터포인트는 휴스턴 지역의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휴스턴시나 해리스카운티에는 센터포인트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 센터포인트에 대한 규제는 텍사스주정부 산하기관인 텍사스공공제위원회(Public Utility Commission·PUC)에 있다.
PUC는 전력회사가 전기요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할 때 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센터포인트를 규제할 수 있다.
PUC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5명의 위원에 대한 임면권은 텍사스주지사에게 있다.
현재 5명의 PUC 위원도 모두 애벗 주지사가 임명했다.
센터포인트는 2021년 2월13일 겨울폭풍 우리(Uri)가 텍사스를 강타했을 당시 전봇대가 무너지는 등 복구를 위해 11억달러가 필요하다며 PUC에 2039년 4월까지 전기요금을 평균 $3.48를 올리겠다고 요구했다. PUC는 센터포인트의 요구에 받아들었다. .
2008년 허리케이 아이크 이후에도 6억6300만달러의 복구비용을 요구하자 PUC는 센터포인트가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월평균 $1.83을 인상하도록 승인했다.
센터포인트에너지는 2019년부터 전력망 개선을 이유로 한달에 1,000킬로와트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을 $54.70에서 $55.95로 올리겠다고 요청했는데, PUC는 이때도 ‘OK’했다.
센터포인트에너지는 또 극한의 날씨에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3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요금인상을 요청했는데, PUC가 이 요청을 승인되면 휴스턴 시민들은 가구당 평균 $3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센터포인트는 2021년 텍사스 대정전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사용할 발전기가 필요하다며 PUC에 발전기 구매를 요청했는데, 센터포인트는 PUC에 제출한 최초 보고서에서 발전기 가격이 2억달러라라고 밝혔지만 실제 지불한 금액은 8억달러였다. 이 가격은 센터포인트가 PUC에 제출한 수천 페이지의 작업서류와 기술문서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텍사스먼슬리가 “텍사스 정치인들이 휴스턴을 버렸다”고 지적한 이유는 허리케인 베럴이 강타한 휴스턴을 대하는 태도도 있지만, 애벗 주지사와 PUC의 관계도 있다.
센터포인트는 허리케인 베럴과 같이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복구비용을 이유로 PUC에 요금인상을 요청했고, 애벗 주지사가 임명한 PUC 위원들은 센터포인트 요구대로 요금인상을 승인했다.
결국 PUC의 거듭되는 승인으로 허리케인 베럴과 같은 자연재해는 센터포인트의 돼지저금통 역할을 해왔다.
애벗 주지사 등 텍사스 정치인들이 이번 휴스턴 대정전을 두고 센터포인트를 비난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PUC는 센터포인트의 돼지저금통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텍사스먼슬리는 그 이유에 대해 센터포인트는 2022년부터 텍사스 정치인들에게 14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제공해 왔고 센터포인트 회장도 개인적으로 애벗 주지사에게 $21,000의 선거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먼슬리는 “텍사스주지사와 텍사스주의회 의원들은 그 대가로 센터포인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있다”(In return, the governor and a majority of lawmakers let the company do what it wants)고 지적했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hare this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