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도시들, 범죄율 감소

“미국의 범죄율은 1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토) 실시된 텍사스주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국경이 다시 개방되고, 온 나라에 범죄가 만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금은 범죄가 거의 없다. 생각해 봐라. 우리나라의 범죄율은 125년 만에 최저치다. 기록상으로도 그렇다. 1900년은 아주 오래전”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워싱턴 D.C., 테네시 멤피스, 일리노이 시카고, 메릴랜드 볼티모어, 오리건 포틀랜드 등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들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주방위군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자 단속지원을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투입한 주(州)와 시(市) 대부분은 민주당 소속의 시장들이 있는 도시였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단속을 이유로 주방위군을 파견한 대부분의 주와 시가 진보성향이라는 점에서, ‘좌파 길들이기’ 시도로 보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테네시의 경우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멤피스만큼은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일리노이 시카고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민주당 상징성이 강한 도시로 브랜든 존슨 시카고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진보성향 도시들에 주방위군을 투입했지만, 민주당 소속의 시장을 선출한 도시들 대부분은 범죄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 범죄 및 사법정책을 연구하는 비정파 싱크탱크인 CCJ(Council on Criminal Justice)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35개 주요 도시의 살인율이 2024년보다 21% 감소했다.
CCJ는 범죄를 13가지 유형별로 조사했는데 살인을 비롯해 차량강탈, 특수절도, 및 특수폭행 등 11개 범주에서 2025년 범죄 발생률이 2024년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증가한 범죄는 마약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고, 성폭행은 2024년과 2025년 사이에 변동이 없었다.
CCJ는 살인 등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재산범죄도 상당수도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조사대상 도시들에서 차량절도는 27%, 소매치기는 10% 감소했다.
CCJ가 다수의 도시에서 범죄가 감소했다고 발표하자 2024년 범죄가 2023년보다 감소했다는 사실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공화당 정치인들은 뉴올리언스와 워싱턴 D.C. 같은 도시들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투입했기 때문에 범죄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CCJ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투입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시장이 있는 도시들 대부분이 범죄가 감소했다.
조사대상 도시들 가운데 살인율이 감소하지 않고 증가한 도시로는 아칸사스 리틀락이 있다. 아칸사스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리틀락의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리틀락에 주방위군을 투입하지 않았다.
주방위군을 철수하라는 시위가 계속되고 여론도 주방위군 철수로 쏠리는 가운데 2025년 12월 말 연방대법원까지 주방위군 배치에 제동을 건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가 다시 급증하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특히 이민자 단속에 나선 연방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하면 “결코 용납지 않겠다.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판사의 영장 없이도 대문을 부수고라도 이민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요원들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는데, 언론들은 언제든 요원들과 시민들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주방위군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hare this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