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안 주고 빼앗는 트럼프 정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안 주려하고, 시민권을 빼앗으려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생시민권까지 막으려하자 소송이 제기됐고, 1일(수) 연방대법원에서 첫 심리가 열렸다.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이 애초 남북전쟁 직후 노예와 그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지, 중국 부유층 등의 원정출산이나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출생시민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수정헌법 14조는 “부모의 신분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트럼프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이거나 영주권이 없으면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22개 주(州)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정부는 하급심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서명한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렸던 1일 방대법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연방대법원 재판정에 나타났지만, 로버츠 대법원장과 다른 대법관들은 법정 뒷부분을 가득 채운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호명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2시간 동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정부를 대변하는 법무부 변호사의 변론이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이날 연방대법원에 나타난 것은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보수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6대 3의 의견으로 상호관세 부과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합법적으로 체류해온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생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기 출생 증가폭이 가장 큰 인종은 아시안으로, 아시안이민자 1,000명 당 41명꼴에 해당된다. 이는 히스패닉 불법체류자 1,000명 당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기 출생이 17명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기존에 출생시민권을 인정받는 아동 상당수가 학생 비자나 취업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인도·중국 등 아시아계 부모에게서 태어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집행되면 이들은 더 이상 미국 시민이 되지 못한다.
임시 학생·취업 비자로 미국에 있는 사람들의 약 절반은 합법적 영주권을 취득해 시민권 취득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출생시민권이 폐지되면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시민이 될 수 있는 경로가 막히는 것이다.

“시민권 박탈하겠다”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안 주려고 시도하는 트럼프 정부는, 시민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도 계속해 오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이민귀화국(USCIS)을 통해 산하 현장 사무소들에 하달한 지침에서 2026 회계연도에 “이민 소송국(Office of Immigration Litigation)에 매달 100~200건의 시민권 박탈 관련 사건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민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실제로 성공적으로 처리될 경우, 현대 들어 전례 없는 규모의 대대적인 시민권 박탈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민법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거나 그 외 몇 가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민권을 박탈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합법 및 불법 이민자 모두를 겨냥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왔다. 이로 인해 시민권 관련 서류작성 시 단순한 실수를 저지른 이민자들까지 시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가 이민자사회에 팽배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법무부(DOJ)가 귀화시민의 시민권을 박탈하고자 추진한 사건의 수가 대폭 증가했다. 호프스트라대학교의 이리나 만타 법학교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이민귀화국(USCIS)은 총 110건의 시민권 박탈 관련 사건을 법무부로 이관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2,500건의 검토 대상 사건을 식별해냈다.
만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이 총 168건(연평균 42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만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법무부가 향후 4년간 제기한 소송은 총 64건으로, 이는 연평균 16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뉴스네이션(NewsNation)은 법무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초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법무부가 이미 최소 64건의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올해 13건의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고, 그중 8건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바이든 정부 기간 중 연방법원에 제기된 시민권 박탈 소송이 24건이었던 데 반해, 트럼프 1기 행정부 기간에는 100건이 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연방대법원이 시민권 박탈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명확하고, 모호함이 없으며, 설득력 있는 증거가 없는 한 귀화시민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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