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주지사 ‘거부권’ 무기로
서민에 유리한 부동산법안 반대
‘거부권’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까지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하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는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에 대통령 거부권 조항이 명문화된 이후 의원내각제였던 제2공화국 시절을 제외하고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6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등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텍사스에서는 지난달 끝난 재88차 의회에서 텍사스주상·하원 의원들이 140일 동안 발의하고 협상해 통과시킨 법안들 가운데 70개에 이르는 법안들에 대해 그랙 애보트 텍사스주지사(Gov. Greg Abbott)가 거부권(Veto Rights)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텍사스트리뷴은 15일(목) 애보트 주지사가 11일(일) 하루 동안 30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번 회기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모두 76건에 이른다며 거부권 역대기록이 경신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리뷴은 텍사스주지사의 거부권 역대 최고기록은 릭 페리(Rick Perry) 주지사의 83건이라고 밝혔다. 애보트 주지사의 전임자인 페리 주지사는 2001년 83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과 갈등할 때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에서는 전체 300석 국회의석 가운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112석,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67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의석은 소수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까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의 애보트 주지사가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주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텍사스주상원은 전체 31석 가운데 공화당이 19석, 민주당이 12석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150석의 주하원은 공화당 86석, 민주당 64석으로 양분돼 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20일(화) 애보트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 가운데는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하는 군인과 결혼한 미용사의 면허를 인정해 준다는 법안, 사람을 문 개 주인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해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크로니클은 또 개스값이 오르자 유량계를 조작하거나 개스도둑이 증가했는데,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거부됐다고 전했다.
크로니클은 개스도둑 처벌강화법안은 주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주하원에서도 142대4라는 압도적인 동의로 통과됐지만, 애보트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길 거부하면서 결국 폐기됐다고 밝혔다.
크로니클은 애보트 주지사가 개스도둑 처벌강화법안을 거부한 이유가 폴 베텐코트(Paul Bettencourt) 주상원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휴스턴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공화당 소속의 베텐코트 주상원의원은 댄 패트릭 텍사스부주지사(Lt. Gov. Dan Patrick)와 아주 가까운 관계로, 세법전문가인 베텐코트 의원은 패트릭 부주지사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세’(property tax) 개정법안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텍사스주의회는 2022년 거둔 327억달러의 초과세수를 2023년-2025년도 예산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논의를 이어왔다. 주의회는 지난달 29일(월) 막을 내린 제88차 회기에서 주상·하원이 모두 부동산세를 176억달러까지 줄여준다는 법안에는 합의했지만, 176억달러를 누구에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부동산세 개정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애보트 주지사와 패트릭 부주지사는 물론 많은 주상·하원 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부동산세를 낮추겠다고 공약해 왔고, 드디어 지난해 327억달러에 이르는 초과세수까지 발생하면서 공약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됐다.
주의회에서 상원과 하원의 입장차로 부동산세 개정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애보트 주지사는 특별회기를 소집했다. 텍사스에서는 주지사가 특정법안 통과를 위해 30일짜리 특별회기를 소집할 수 있는데,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몇차례 더 특별회기를 소집할 수 있다.
패트릭 부주지사는 주거용 주택에 부과하는 부동산세를 연간 1,250달러 이상을 깎자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1주택 소유자는 2년 동안 약 2,500달러의 부동산세를 줄일 수 있다.
데이드 펠란(House Speaker Dade Phelan) 텍사스주하원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에 부과하는 부동산세도 인하해야 한다며 거주용 주택에 대해서는 연간 700달러만 인하하겠다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 펠란 주하원의장의 인하안이 통과되면 가족이 사는 거주용 집 1채를 갖고 있는 집주인들은 2년 동안 1,300달러의 부동산세를 줄일 수 있다.
애보트 주지사는 빌딩을 소유한 기업이나 상가와 아파트단지 등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펠란 주하원의장의 안을 지지하고 있다.
패트릭 부주지사는 “애보트 주지사가 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부동산세의 50%를 기업 등 건물주에 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휴스턴크로니클은 사설에서 패트릭 부주지사의 입법방향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에서 6번째로 높은 부동산세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크로니클은 서민들의 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주상원의 요구에 대해 애보트 주지사가 ‘거부권’을 무기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크로니클은 그 이유로 애보트 주지사가 베텐코트 의원의 법안을 거부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이 법안은 부동산세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향후 특별회기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했다.
애보트 주지사의 ‘몽니’로 부동산세 개정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주상원은 부동산 예산을 180억달러로 늘리는 절충안(SB26)을 통과시키셨다.
SB2는 부동산세 감면액을 4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린다는 기존의 안을 유지하는 대신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자는 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애보트 주지사의 지지를 얻고 있는 주하원은 여전히 기업들이 소유한 부동산과 상업용부동산에 대해서도 세계혜택이 줘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