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도 ‘성경’도 외설서적(?)
텍사스, 도서검열 · 도서퇴출 미국 최다

텍사스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안네의 일기’를 읽게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미국 학교에서 ‘도서전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텍사스는 가장 많은 도서를 금지한 주(州)다. 휴스턴에서 서쪽으로 약 20마일 거리의 케이티(Katy) 교육청은 텍사스 교육청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도서를 금지한 교육청이다.

쫓겨난 교사
NBC 등 다수의 언론은 20일 휴스턴에서 동쪽으로 약 80마일 떨어진 햄셔페넷교육청(Hamshire-Fannett Independent School District) 소속의 중학교 교사가 ‘안네의 일기’를 도서목록에 올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NBC는 교육청에 교사를 해고한 사유를 거듭 질문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 공지에서 “교육청은 현재 높은 수준의 교사를 최대한 빨리 모셔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교사가 채용될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수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알렸다.

쫓겨난 책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는 안네 프랑크(1929~1945)가 제2차 세계대전 때 가족 및 다른 4명과 함께 2년 동안 숨어 지내던 생활을 사춘기 소녀의 입장을 적은 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안네의 일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힌 10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영문 구글사이트에서 ‘Anne Frank’를 검색하면 3억건 이상의 검색결과가 나오고 ‘The Diary of Anne Frank’는 4천7만건이 나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는 ‘기록물’이다.
‘안네의 일기’는 일기장 중 풀칠 된 갈색 종이로 덮인 두 페이지에 적힌 글씨를 판독하는 데 성공하면서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AP는 지난 2018년 5월 안네프랑크박물관, 네덜란드전쟁연구소 등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갈색 종이로 가려진 페이지 뒤쪽에서 플래시로 역광을 비추고 사진을 찍은 다음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내부에 적힌 문장을 판독하면서 안네 프랑크가 일기장에 몰래 써 놓았던 ‘야한 농담’이 세상에 드러났다.
안네 프랑크는 “이 망친 페이지를 이용해 ‘야한 농담들’을 적어보겠다”면서 매춘, 결혼 등을 소재로 한 몇몇 얘기들을 단편적으로 적어 놓았다. 이야기들 중에는 여성이 14세께 생리를 시작하는 것을 두고 “여자가 남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음을 의미하지만 물론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성매매에 관한 것도 있다. 안네 프랑크는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는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며 “파리에는 그걸 위한 커다란 집들이 있고, 아빠도 거기에 간 적이 있다”고 적어 놓았다. 또 “독일군 여자들이 왜 네덜란드에 있는지 아니? 군인들을 위한 매트리스인 거지”라는 문구도 있었다.
연구원들은 안네 프랑크가 갈색 종이로 덮은 두 페이지의 글은 행여나 다른 사람이 들여다볼까 걱정해 해당 페이지들을 ‘봉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견지망월
교사는 ‘안네의 일기’를 통해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소개할 목적이었는데, ‘안네의 일기’가 외설적이라며 항의한 일부 극우 보수층 학부모들과 이들의 항의를 수용한 교육청은 안네 프랑크가 전체 238페이지에 걸쳐 기록한 ‘홀로코스트’ 보다는 사춘기 소녀가 몇 페이지에 몰래 적은 글을 문제 삼아 금지도서로 지정한 것이다.
‘안네의 일기’가 외설적이라며 금지하라는 보수층의 도서검열에 맞서 일각에서는 ‘그러면 성경은?’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지난 6월 유타의 한 교육청이 초중등학교 도서관에서 성경을 제외해 논란이 됐다. 영어 성경 가운데 가장 널리 읽혔고 대표적으로 알려진 킹 제임스 성경의 일부 구절에 음란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는 민원 때문이다.

텍사스, 최다 도서검열
악시오스(Axios)는 20일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22년 미국에서 도서검열이 가장 많이 이루어졌던 주(州)는 텍사스였다고 전했다.
텍사스에서는 지난해 2,349권의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93번의 시도가 있었다.
텍사스는 도서검열이 두번째로 많았던 펜실베이니아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의 도서검열은 302권의 책에 대해 56번의 퇴출 시도가 있었다.
악시오스는 1,250여개에 이르는 텍사스 교육청 가운데 도서검열이 가장 심했던 교육청은 케이티교육청(Katy ISD)이었다고 밝혔다.
올해도 14권의 책을 퇴출시킨 케이티교육청은 2021년부터 16권의 책을 금지도서로 지정했다.
케이티교육청이 금지시킨 책들 중에는 아동용 도서에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인 ‘뉴베리메달’(Newbery Medal)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뉴키드’(New Kid)도 있었다.
‘뉴키드’는 유명 만화가이자 동화작가인 제리 크래프트(Jerry Craft)가 저자로 예술학교에 진학해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흑인 중학생 조던이 부모의 반대로 백인이 다수인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한 이후 느낀 문화적 충격과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을 그린 작품이다.
케이티교육청은 크래프트가 책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친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이 책을 퇴출시켰다.
교육구를 중심을 전개되던 텍사스의 ‘도서전쟁’이 텍사스주의회가 ‘HB 900’을 통과시키면서 텍사스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HB 900’은 텍사스 내 학교 도서관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 및 도서유통회사는 책 내용 중 성(性)의 기술정도와 등급을 매기도록 강제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info@koam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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