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포인트에 책임 묻겠다”지만
PUCT와 센터포인트는 같은 편(?)
8일(월)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럴로 휴스턴 역대 최대 규모의 정전이 발생했다. 낮 최고기온이 100도(°F)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전이 발생한지 거의 2주가 다되어서야 정전복구가 98% 이루어졌다.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댄 패트릭 텍사스부주지사가 한목소리로 센터포인트에너지(CenterPoint Energy·이하 센터포인트)에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두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21년 겨울폭풍 우리(Uri)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가운데 약 일주일 동안 텍사스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하면서 수백만명이 사망했다. 애벗 주지사와 패트릭 부주지사는 다시는 텍사스에서 대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텍사스는 여름만 돌아오면 전력이 부족하니 절전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7월8일 텍사스 1대 도시 휴스턴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애벗 주지사와 패트릭 부주지사는 다시는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센터포인트에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지만 또 다시 허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텍사스 주민들을 대표해 센터포인트와 같은 전력회사를 관리·감독하는 텍사스공익위원회(Public Utility Commission of Texas·PUCT)가 이전과 같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센터포인트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PUCT 위원은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임명한다.

PUCT는 센터포인트 자판기(?)
센터포인트는 허리케인 베럴이 휴스턴 강타해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전에 이미 시민들에게 허리케인 베럴 청구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포인트 지난 4월 PUCT에 허리케인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상황으로부터 송전소, 변전소, 배전선로 등을 전력망이 견디게 하려면 23억달러가 필요한데, 연방정부나 텍사스주정부가 이 비용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매달 $3씩 전기요금을 인상하도록 하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센터포인트는 지난해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텍사스주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따라 PUCT에 요금인상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다.
센터포인트 등 전력회사들은 허리케인 베럴과 같이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사후에 요구했는데, 텍사스주의회 법안 통과로 사전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텍사스주의회는 법을 개정해 센터포인트가 사전에 전기요금 인상을 PUCT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2월13일 겨울폭풍 우리(Uri)가 텍사스를 강타했을 때 11억달러의 복구비용이 들었다며 PUCT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고, PUCT가 센터포인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휴스턴 시민들은 2039년 4월까지 평균 $3.48을 더 내야 한다.
2008년 허리케이 아이크 이후에도 6억6300만달러의 복구비용이 시민들에게 전가하면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시민들은 월평균 $1.83을 추가로 내야했다.
센터포인트는 지난 5월 휴스턴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1억달러의 수리비용이 발생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PUCT에 요구했다.
센터포인트는 또 다시 휴스턴 시민들에게 허리케인 베럴 청구서를 내밀 것이고 PUCT는 또 센터포인트의 요구를 승인할 것이다.

센터포인트의 깜깜이 청구서
2021년 겨울폭풍 우리로 인한 텍사스 대정전 이후 센터포인트는 비상시 사용할 대형배터리를 구매하겠다며 구매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요구했고, PUCT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센터포인트의 요구를 들어줬다.
결국 센터포인트는 허리케인 베럴과 같이 대정전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겠다며 대형배터리 5개를 들여왔지만, 휴스턴 대정전 당시 사용해보지도 못했다.
특히 상하수도처리시설 등 중용한 시설에 사용해야 하지만, 휴스턴시는 센터포인트의 대형대터리가 아닌 자가발전기로 시설을 가동했다.
센터포인트가 이번 대정전 사태 때 대형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거대한 배터리를 가겨왔기 때문이다. 500메가와트의 배터리 장비를 조립하고 장소를 이동하려면 컨테이너트럭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시간도 인력도 없었기 때문에 고가의 배터리는 고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센터포인트보다 고객 수가 5배 이상 많은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인 온코(Oncor)는 310만달러에 단 11메가와트의 발전량을 조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거으로 전해졌다.
센터포인트가 500메가와트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났다. 센터포인트가 PUCT에 제출한 이전 보고서에는 배터리의 소비자 가격이 2억 달러로 고정되었지만 센터포인트가 실제 지불한 금액은 8억달러였다. 이 가격은 센터포인트가 PUCT에 제출한 수천 페이지의 작업서류와 기술문서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센터포인트가 PUCT로부터 승인을 받기 이전에 배터리를 8억달러에 임대하고 해당 금액은 대부분 선불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PUCT에 시민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센터포인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터리 회사를 선택했는데, 이 회사의 전 CEO는 2012년 연방 환경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센터포인트의 배터리 임대에 우려를 나타낸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텍사스주정부 민원실(Office of Administrative Hearings) 이의를 제기했는데, 민원실은 2022년 가을에 열린 장기 청문회이후 “무분별하게 발생한 비용을 납세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종 결정권은 PUCT에 있었고, PUCT 5명 위원들 가운데 4명이 센터포인트에 투표했다.
PUCT 위원은 텍사스주지사가 임명한다.
허리케인 베럴로 인한 휴스턴 역대 최대 규모의 정전에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댄 패트릭 텍사스부주지사가 한목소리로 센터포인트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또 다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휴스턴크로니클은 최근 사설에서 텍사스 전력망을 안정화 시키는 길은 ‘정권교체’ 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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