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명부 비시민권자 6,500명”
에벗 주지사 발표에 언론들 ‘뻥이요’
선거인명부에서 비시민권자 6,500명을 삭제했다는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 발언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8월 투표자격이 없는 100만명 이상이 선거인명부에서 삭제됐고, 삭제명단에는 비시민권자 6,5000명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애벗 주지사는 또 선거인명부에서 삭제된 6,500명의 비시민권자들 가운데 과거 몇차례 선거에서 투표한 적이 있는 2,000여명에 대해서는 텍사스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텍사스트리뷴은 15일 대통령선거 및 연방상하원의원선거, 텍사스주상하원의원 등 각종 선거를 앞두고 나온 애벗 주지사의 비시민권자 6,500명 선거인명부 삭제 발언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선거불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불법이민자들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오도록 한 후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대선은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민주당이 불법으로 승리를 찬탈해 간 부정선거라며 연방대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던 캔 팩스턴 텍사스법무장관도 텍사스의 시민단체들이 불법이민자들을 유권자로 등록시키고 있다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의 선거인명부 비시민권자 6,500명 발언에 대해 선거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용어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관리 당국이 시민권자를 비시민권자로 오인해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는 국무부가 선거관리를 맡고 있다. 국무부는 유권자가 사망하거나, 타주로 이주했을 경우 선거인명부에서 삭제한다. 애벗 주지사가 밝힌 대로 국무부는 2021년 9월부터 선거인명부에서 투표자격이 없는 성명은 삭제해 왔다.
아울러 국무부는 타주에서 텍사스로 이주해 오거나 연령이 18세가 되면서 투표자격이 있는 시민권자는 선거인명부에 새롭게 등재한다.
탐사보도전문 언론매체 프로퍼블리카와 텍사스트리뷴은 애벗 주지사가 주장한 선거인명부 비시민권자 6,500명은 상당히 부풀려진 숫자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프로퍼블리카와 텍사스트리뷴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문서에서 선거인명부에서 삭제된 비시민권자는 6,500명이 아닌 581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프로퍼블리카와 텍사스트리뷴의 질의에 국무부는 애벗 주지사에게 선거인명부의 비시민권자 수를 ‘구두’(verbally)로 보고했는데, 여기에 우편을 반송하지 않은 시민권자들까지 포함되면서 선거인명부의 비시민권자가 6,5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비시민권자로 선거인명부에서 삭제된 6,5000명 중에는 우편배달 사고로 우편물을 받지 못한 시민권자들도 있었고, 우편물을 받았지만 반송하지 않은 시민권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트리뷴은 선거인명부에서 삭제된 70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인터뷰에 응한 9명은 투표자격이 있는 시민권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텍사스에서 태어났다는 21세 여성은 출생증명서 사본까지 제시하며 자신이 왜 비시민권자로 분류됐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 취재에서 이 여성이 거주하는 카운티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코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권자가 타주로 이주했다는 항목에 표시해야 하는데, 실수로 비시민권자에 표시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장은 비시민권자로 표기하는 실수는 “극소수로”(an infinitesimal) 발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브라조리아카운티 선관위는 우체국의 일처리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시민권자들에게 보낸 많은 우편물이 배달 불가능이라는 이유로 반송되는데, 배달사고로 우편물을 받지 못한 시민권자들 중에는 자신은 현재 주소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한번도 이사한 적이 없는데 왜 비시민권자로 분류하느냐며 항의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밝혔다.
브라조리아카운티 선관위는 우편배달 사고로 우편물을 받지 못해 비시민권자로 분류되는 시민권자들도 발생하고 있다며 비시민권자 분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정부는 지난 2019년에서 유사한 실수로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시민권자가 투표했다는 주장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텍사스국무부는 선거인명부에서 95,000명의 비시민권자 명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또 이중 절반이상이 과거 투표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캔 팩스턴 텍사스법무부장관은 국무부 발표 즉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부정투표 주의”(VOTER FRAUD ALERT)라는 글을 올렸다.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불법으로 유권자로 등록한 비시민권자를 찾아냈다며 국무부장관을 칭찬하고, 팩스턴 법무장관에게는 수사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시민권자의 유권자등록은 “빙산의 일각”(just the tip of the iceberg)이라며 논란에 가세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이 텍사스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에서 95,000명 다수가 영주권자였다가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시민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주권자들은 운전면허증을 신청하거나 재발급 받을 때는 유권자등록신청서에 시민권자가 투표자격이 없다고 표기하지만, 시민권을 취득한 후에는 투표하면서 비시민권자가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과거 사례에도 불구하고 그랙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거듭 비시민권자가 투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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