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민족·억양 근거 체포 가능”
‘무작위’ 단속? ‘인종표적’ 단속?
“美대법원은 LA서 ‘이민자 무작위 단속’ 허용”(동아일보), “LA 이민자 무작위 단속 허용… 美대법, 트럼프 손 들었다”(세계일보), “미 대법, LA 등 이민자 ‘무작위단속’ 하급심 판단 뒤집고 허용”(MBC), “미 대법 ‘이민자 무작위단속’ 허용…LA 시장 ”자유 근간 위협”(JTBC)
연방대법원이 8일 이민단속국(ICE)의 “표적단속”(roving patrols)을 허가했다는 소식을 전한 한국 언론들의 기사제목이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이 ICE의 이민단속을 ‘무작위 단속’으로 표현했지만, 이민자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길거리의 ‘아무나’를 단속대상으로 하는 ‘무작위’가 아닌 피부색, 사용 언어, 직업, 거주지 등을 ‘표적’을 정해놓고 벌이는 단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작위에 백인·흑인은 포함 안 돼
ICE가 길거리의 백인이나 흑인을 불법체류 이민자로 간주하고 체포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ICE가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과 같은 공장을 급습해 백인이나 흑인을 한국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체포했다는 언론보도도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ICE의 체포대상자는 흰색이나 검정색 피부가 아닌 다른 피부색의 ‘아무나’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영어를 못하거나 영어가 서툰 ‘아무나’가 체포되고 있고, 하루 일자리를 찾아 홈디포에 몰려드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체포되고 있다.

“외모, 억양” 이유로 체포는 부당
ICE의 이민단속은 길거리를 지나가는 백인과 흑인 등 ‘아무나’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피부색과 언어, 거주지가 다른 인종·민족을 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방항소법원은 거리에서 피부색, 사용 언어, 직업, 거주지를 근거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표적순찰”(roving patrols)에 대해 일시적인 금지명령을 내렸다. 판사는 이러한 요소들을 단독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사용해 “합리적인 의심”을 형성하는 것은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ICE의 “표적순찰”을 승인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보수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항소법원의 판결이 ICE 요원들의 검문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면서 “합법적 이민단속 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파 대법관들 함께 쓴 반대 의견서에서 “수많은 사람이 단순히 외모, 억양,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수갑이 채워졌다”고 꼬집었다.
연방대법원은 이번에 6대 3으로 임시가처분명령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유사한 소송이 연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들에게 진행되고 있다. ICE이 “표적체포”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또 다시 연방대법원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웃 신고도 걱정
아직까지 휴스턴에서는 LA와 같이 ICE의 “표적체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웃의 신고’고 체포되는 이민자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텍사스트리뷴은 8일(월) 추방 명령에 맞서 몇 달 동안 구금시설에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자발적인 추방서류에 서명하고 자녀와 남편으로부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으로 보내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소국 벨리즈(Belize) 출신의 이민자 마가리타 아빌라(Margarita Avila)를 소개했다.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는 마가리타는 갱단의 살해위협을 피해 남편과 4명의 자녀과 함께 미국 국경을 무단으로 넘었다.
마가리타는 10여 년 전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다. 휴스턴에 정착한 마가리타는 조경사업을 하면서 하이츠 지역에 집도 장만하고 미국에서 태어난 5명의 자녀를 포함해 9년 자녀들과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객의 정원에서 잔디를 깎던 마가리타는 우편배달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고 있는 우편배달부는 자신이 일을 마칠 때까지 잡초제거기를 꺼달라고 말했지만, 마가리타는 기계 소리 때문에 우편배달부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자 우편배달부는 마가리타가 제초기로 자신을 때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유치장에 수감된 마가리타는 오해가 풀려 사건이 기각됐지만, 유치장을 나오는 날 ICE에 체포돼 구금시설로 보내졌다.
백인과 흑인이 아닌 인종과 민족의 이민자들은 마가리타의 경우와 같이 누군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신고해 유치장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
ICE에 쫒기는 이민자들이 이웃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신경써야하는 곤궁한 처리로 내몰리고 있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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